인생에서 두려운 게 많다는 것이 결코 비겁하거나 나약한 것을 뜻하진 않는다는 것을. 이 세상에 태어나 땅 위에 아무것도 짓지 않은 사람은 무서울 것 역시 아무것도 없겠지. 그런 치들은 자신의 태만함을 용기로 착각하며 인생을 낭비하게 될 거야. 그러나 매일 성실하게 건축물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사람은 필연적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도 많이 생기게 되는 법이란다
박지리,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배경 이야기
박지리의 마지막 장편 《다윈 영의 악의 기원》(사계절출판사). 작가가 사후에 남긴 이 책은 자기 안의 어둠을 응시하는 일과 자기 자신을 짓는 일이 한 자리에서 만난다는 시선을 끝까지 밀고 간다.
이 세상에 혼자 태어나 혼자 사는 사람인 것처럼 행동했다. 감추고 은폐하고 속이고 위장하고. 나는 모든 사람들이 싫어할 만한 유형의 인간이었다. 나 스스로도 그런 내 모습이 너무 징그러웠지만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고쳐 나가야 할지, 내가 만든 미로에서 내가 헤매고 있는 것처럼 도무지 진실한 관계로 들어가는 문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박지리, 《맨홀》
▸배경 이야기
박지리의 장편 《맨홀》(사계절출판사). 자기 자신을 진실하게 마주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는 통찰이 박지리 소설 세계 전체에 흐른다. 외로움을 부정하지 않는 자리에서 글이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