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풀이여 무사들이 꾸던 꿈의 자취
마쓰오 바쇼 〈오쿠노 호소미치〉, 글뜸 번역
▸배경 이야기
1689년 바쇼가 후지와라 가문이 멸망한 옛 전쟁터 히라이즈미에 들러 적은 하이쿠. 영광이 머물던 자리에 여름풀만 무성하다는 사실을, 한순간의 풍경 안에 가만히 담았다.
5월 24일 · 느릿한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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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오 바쇼 〈오쿠노 호소미치〉, 글뜸 번역
1689년 바쇼가 후지와라 가문이 멸망한 옛 전쟁터 히라이즈미에 들러 적은 하이쿠. 영광이 머물던 자리에 여름풀만 무성하다는 사실을, 한순간의 풍경 안에 가만히 담았다.
돌아간다는 말은 어디서 왔는지 안다는 뜻이다. 멀리 나간 자만이 돌아올 곳을 안다. 우리는 자주 길을 잘못 들었다고 느끼지만, 잘못 든 길도 돌아오는 길을 가르쳐 준다. 길을 잃은 시간이 우리에게 집을 알려준다.
도연명 〈귀거래사〉, 글뜸 풀이
중국 동진의 시인 도연명이 405년에 쓴 〈귀거래사〉. 그는 관직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며 이 노래를 지었다. 멀리 나간 자만이 돌아올 곳을 알아본다는 결이, 이 짧은 가사를 1600년 동안 살게 했다.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학교에 있을 때도 내내 구를 기다렸다. 만날 시간은 분명 정해져 있고, 그때가 아니면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내 마음은 항상 대기 중이었다. 오 분, 삼십 분, 한 시간이 아니라 하루 종일 기다리는 심정이었다. 심지어 구와 함께 있을 때에도 구를 기다리는 기분이었고, 구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때에도 내가 구를 기다리는 기분이었다.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상대를 끝없이 기다린다는 뜻일까. 구가 죽어버린 지금도 나는 구를 기다리고 있다. 구도 나와 같을까.
최진영 《구의 증명》
2015년 작 《구의 증명》의 결. 밥을 먹는 자리에도 잠을 자는 자리에도 사라진 한 사람을 기다리는 자리에서, 최진영은 살아남은 자의 가장 가까운 슬픔을 적었다.